승부조작.

from 전력질주 2012. 3. 3. 00:27

정말 아니길 바랬는데 , 믿는게 아니라 믿고 싶은거였는데, 믿음을 져버렸네. 마치 극성 아이돌 팬들이 "우리 오빠가 아니라고 하기 전까지는 아니라고 믿어요!!" 이런 심정으로. 지난 시즌 초에는 야구를 안 봐서 김성현이 삼성상대로 볼넷을 준 경기는 보지 못했다. 사실 조작경기는 본적이 없고 김성현이 선발로 뛴 경기를 두 경기 집에서 TV로 본 기억이 난다. 하나는 트레이드 되던 당일날 넥센vs기아 경기였고, 또 다른 경기는 트레이드 후에 첫 승을 거뒀다던 LGvs삼성 경기였다. 앞경기는 사실 다 보지는 않았는데 경기 끝나고 그날 수훈선수가 김성현이라서 인터뷰하는것을 봤는데, 그러고 나서 자정 직전에 트레이드가 터져서 깜짝 놀랐었다. 뒷경기는 우리팀이랑 한 경기라서 기억이 난다. 대구에서 열린 경기였는데, 아직 여름이라 그랬는지 그때의 장원삼은 몇경기 말아먹다가 한경기 잘해서 사람 설레게 하고, 또 말아먹는 패턴을 반복하고 있어서 그날도 기대를 안했다. 그런데 그날 장원삼이 길게 던지면서도 1실점밖에 하지않아 설렜는데(찾아보니 7이닝 1실점) 망할놈의 물빠따들 덕분에 패전투수가 되었던 기억이 똑똑히 난다.(졌어ㅋ그것도 1대0으로ㅋㅋㅋㅋㅋㅋㅋ축구도 아니고ㅠㅠ) 이때 김성현은 7이닝 무실점으로 잘 막아서 승리투수가 되었고, 수훈선수 인터뷰를 했었다. 이적후 첫승이라고 캐스터가 귀띔해줬던 기억도 나네. 우리 타자들은 늘 못쳤던지라 크게 화가 나진 않았고, 장원삼이 잘 던져줘서 반가운 마음에 그냥 김성현의 인터뷰를 봤는데 왠걸 애가 사투리를 쓰는게 아닌가ㅋㅋㅋㅋ왠지 경상도 사람 같았는데 대구 사람이길래 더 반가웠음. 아무튼 그랬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나서도 김성현은 쭉 선발 로테이션을 돌았지만 크게 잘 던지지는 않았던걸로 알고있다.

그러고 나서 2월초부터 승부조작 소리가 폴폴 나오더니만, 진짜였네. 정말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어제 오랜만에 가족들이랑 회를 먹으면서 잠시 야구 이야기를 했다. 집에서 야구를 보는 사람은 나(삼빠)와 아빠(꼴빠), 요렇게 둘이다. 그런데 여동생이 그날 낮에 친구를 만나고 와서는 승부조작 했다는 야구선수 이야기를 꺼내는게 아닌가. 얜 야구엔 전혀 관심이 없는애인데, 갑자기 왠 그 얘기? 

낮에 만난 친구의 남동생이 고등학생이고 야구를 했었는데 영 소질이 없어서 결국 야구를 그만뒀다는 얘기였다. 그 동생은 체격은 좋은데 야구실력은 별로라고 했다. 아무튼 대구에서 야구로 유명한 학교가 몇 있는데 그 학교에 다녔는데 얼마전에 야구를 그만두고 공부로 대학갈 준비를 한다고 했다. 공부에 손을 놓은지 오래 되어서 고생이 많다곤 하더라. 야구부원일때는 소처럼 먹고, 개처럼(달리 표현할 말이 없다-_-:;) 운동을 해서 좋은 체격이 유지가 되었는데 지금은 먹기는 여전히 소처럼 먹는데 그때처럼 운동을 열심히 하지 않으니 빛의 속도로 살이 찌고 있다는 조금 안타까운 소식과 더불어. 

남동생이 야구를 그만두긴 했지만 그 학교가 학교인지라 여전히 야구를 계속하고 있는 친구도 있고, 선배도 있을텐데 이 동생의 친구가 김성현의 동생이라고 했다. 집안형편이 좋은편은 아니었는데 형이 야구를 잘해서 프로에 지명도 받고, 선발투수로도 뛰고 하니 김성현이 정말 집안의 자랑거리였다고 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형이 프로 야구선수인데 얼마나 으쓱했을까. 그런데 이런일이 터져버려서 상태가 말이 아니라고 하더라. 그야말로 풍비박산. 

~ 처음에 LG소속 투수 2명이 의심받고 있다고 할때 집안 형편이 좋지 않아서 그런 일을 저질렀다고 했을때 그야말로 코웃음을 쳤었다. 사실 지금도 아리까리하단 생각이 들지만. 근데 직접 들으니까 진짜였단 생각이 든다. 김성현이 대구고에서 제주 관산고로 전학 간 이유도 집안 형편때문이라고 하고. 물론 집안이 어려웠어도 절대 용납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2군에서 최저연봉 받으면서 힘들게 야구 하는 선수들도 있으니까.. ~  

그렇겠지...팬,친구,선후배,지도자분들 다 남이라면 남이지만 부모님 얼굴 어떻게 보려고 이런 무서운 짓을 저질렀는지 모르겠다. 볼넷 조작한 대가로 받은돈, 한번에 몇백만원, 몇번 성공시켜서 받은돈이 천만원 조금 넘는것으로 알고 있는데 물론 결코 적지 않다. 하지만 김성현이 가진 자질로는 그런 돈...몇년안에 충분히 벌 수 있었을거라고 생각한다. 정말 눈 앞의 돈에 눈이 멀어서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야구만 바라본 20여년의 인생을 골로 보내버린 셈이다.  

수의 입고 얼굴 가린 사진만 봤을때는 욕이 나오기도 하고, 어리석은 인생이라고 그냥 까대고만 있었는데, 수갑을 찬 사진을 보니 갑자기 할말이 없어졌다. 이런 사진은 찍지 말았으면 하는 생각도 들었다. 보통 수갑 찬 사진은 모자이크 처리해주거나 그 위에 수건을 덮어주는것으로 알고 있는데. 브로커 혐의도 받고 있을정도로 얘가 이 판에서 정말 나쁜짓을 한건데....그 사진 보니까 괜히 안쓰러운건 왜였을까. 


이런 일이 터지면 안타까운게 정말 1회에 몸이 덜 풀려서 볼질을 하는 투수들을 보면 의심의 눈초리로 보게될까봐, 그게 걱정이다. 시즌중에 가끔 납득이 안가는 판정을 내리는 동태 눈깔을 소유한 심판들을 보면서 으레 "돈 먹었냐!!!"고 욕을 할때가 있다. 예를 들어 임찬규의 보크라거나, 임찬규의 보크라거나.(찬규를 싫어하는게 아닙니닼. 해태눈깔 심판의 판정 하니 떠오르는게 이것밖에 없어서ㅠㅠ) 근데 이젠 가끔 보이는 선수들의 정줄놓은 플레이(예를 들자면 채름길, 채럼버스-_-...)를 보면 그냥 욕하는게 아니라 "저 놈, 배팅한거 아냐?" 이런식으로 욕을 하게 될것같다. 아 그럼 안되는데.

김성현은 겨우 돈 천만원에 자신의 야구와 인생을 팔아먹었고, 주위 사람들에게 너무나 큰 실망을 줬고, 많은 선배들이 피땀흘려 만든 야구판에 먹칠을 한거다. 정말 큰 잘못을 했다. 근데...안쓰럽다. 정말 욕먹어 마땅한 인간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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